한국 상업영화계에서 SF 장르의 도전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특히 세계관 구축과 시각적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한국 영화는 헐리우드와 비교해 상대적인 약점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시리즈는 상업적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형 SF 세계관 구축에 대한 매우 의의 깊은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2025년 초 개봉한 <외계+인 2부>는 그 프로젝트의 대단원으로서 전작의 복잡했던 구조를 정리하며 서사적 응집력과 시청각적 성취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서사 구조와 장르 혼합의 시도
영화전공자 입장에서 <외계+인 2부>는 서사 구조의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1부에서 지적받았던 ‘설명 과잉’과 ‘과도한 인물 배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2부에서는 각 인물의 동기와 행동이 보다 명확하게 제시되며 서사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다중 시공간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지만, 편집적 연결과 플롯 구성에서 관객의 인지 부담을 낮추는 선택이 돋보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장르 혼합의 균형감이다. <외계+인> 시리즈는 SF, 무협, 판타지, 코미디라는 서로 다른 장르적 요소를 융합한다. 2부에서는 무협과 판타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강화되었고, SF적 요소는 세계관적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러한 장르적 균형은 한국 영화 특유의 ‘잡탕미학’을 긍정적 방향으로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연출, 촬영, 미장센의 성취
최동훈 감독의 연출은 이번에도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감각을 유지한다. 특히 고려시대 장면의 시각적 구성이 돋보인다. 세트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은 단순히 고증적 정확성에 머물지 않고, 화면의 미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촬영에서는 카메라의 다층적 활용이 인상 깊다. 고려시대의 전투 장면에서는 스테디캠과 와이드 렌즈를 적극 활용해 공간감을 강조했으며, 현대 시퀀스에서는 핸드헬드 촬영과 빠른 컷 전환으로 긴박한 리듬감을 부여했다. 특히 우주선 내부 시퀀스에서의 조명 활용은 SF 영화로서 시각적 몰입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장센 측면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많다. 고려시대와 미래 세계가 번갈아 등장하는 구조에서 각 시대의 색감 설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었으며, 이를 통해 관객이 시공간 전환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최동훈 감독 특유의 ‘붉은색-청색’ 대비 구성이 이번 영화에서도 중요한 시각적 모티프로 사용되었다.
음악, 사운드 디자인, 편집의 역할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업은 장르적 혼성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판타지적 순간에서는 전통악기 기반의 선율을 적극 활용했고, SF적 장면에서는 신디사이저와 전자음향으로 미래적 감각을 구축했다. 이러한 사운드적 이중성은 영화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편집 측면에서는 리듬감과 정보 전달의 균형이 개선되었다. 1부에서는 관객이 정보를 따라잡기 벅찼던 반면, 2부에서는 내러티브 전개와 감정선 구축이 보다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대규모 전투 시퀀스에서 롱테이크와 빠른 컷 편집의 교차 사용이 시각적 쾌감을 배가시켰다. 사운드 디자인도 한층 고도화되었다. 우주선 내부의 밀폐감, 고려시대 무기의 물리적 질감 등이 생생하게 구현되며 시청각적 몰입감을 크게 높였다.
캐릭터 구축과 배우들의 연기
<외계+인 2부>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캐릭터 구축의 명확성이다.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염정아 등 주연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 아크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특히 김태리 배우의 연기는 감정선의 진폭과 액션의 물리적 리얼리티를 모두 확보하여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도 개선되었다. 전작에서는 다소 기능적 역할에 그친 캐릭터들이 이번에는 서사적 역할과 감정적 공명을 동반하며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냈다.
영화전공자의 시각에서 <외계+인 2부>는 한국형 SF 블록버스터의 한계를 돌파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적 밀도나 일부 캐릭터의 활용에서 여전히 개선 여지는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세계관 구축, 시청각적 완성도, 장르 혼합의 성취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SF 장르는 여전히 도전적 영역이다. 그러나 <외계+인 2부>의 성과는 향후 더 많은 한국 SF 영화 기획과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미디어 전공자로서 앞으로의 한국형 SF 발전 방향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