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는 조지 밀러 감독이 구축해온 ‘매드 맥스’ 유니버스의 프리퀄이자, 여전사 캐릭터 ‘퓨리오사’의 기원을 다룬 작품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이 역할을 통해 단순한 액션 히로인을 넘어 ‘신화적 존재’로 진화한 인물상을 완성한다. 황폐해진 사막, 질서의 부재, 폭력과 생존의 리듬이 어우러진 이 세계에서, 퓨리오사는 무력함에서 저항으로, 억압에서 주체로 변모해간다. 본 리뷰는 영화전공자의 시점에서 미장센, 상징, 여성 서사, 장르의 재해석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 줄거리 요약: 소녀에서 전설이 되기까지
평화로운 ‘그린 플레이스’에서 태어난 소녀 퓨리오사는 어린 시절 무장 조직에 납치되어, ‘워보이’들과 광기의 지배자 ‘디멘투스’ 휘하에서 성장한다. 수년간의 감금과 세뇌, 생존 끝에 그녀는 탈출을 결심하며 ‘시타델’과의 충돌 속으로 뛰어든다. 여러 차례의 배신, 도주, 전투 끝에 그녀는 트럭을 몰며 마침내 전장의 지배자가 된다. 이 모든 여정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등장했던 그 전설적인 퓨리오사의 기원이 된다.
■ 여성 영웅 서사의 재구축
《퓨리오사》는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영화는 현대 여성 서사의 전형을 거부하고, 새로운 캐릭터 아키타입을 창조한다. 퓨리오사는 강인함과 취약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자신이 처한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끊임없이 저항하는 존재다.
그녀는 디멘투스와 이모탄 조, 두 괴물적 남성 지배자 사이에서 물화되고 대상화되지만, 결국 이 체계 자체를 부정하며 무기를 든다. 이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억압 구조에 대한 급진적인 반박이다.
또한, 퓨리오사는 ‘모성’이나 ‘연애’에 종속되지 않으며, 독자적인 서사로 움직이는 드문 여성 주인공이다. 영화는 그녀를 영웅이 아닌 ‘생존자’로 정의하며, 기존 서사의 틀을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 미장센과 액션: 황폐한 서사시의 시각화
조지 밀러는 ‘광기의 비주얼’로 유명하지만, 그 내면에는 철저한 구조와 질서가 존재한다. 《퓨리오사》는 IMAX 포맷으로 촬영된 만큼, 사막의 스펙터클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황토빛으로 물든 대지, 기계와 살점이 결합된 차량, 끊임없이 회전하는 바퀴와 날아오르는 불꽃은 단순한 시각 자극을 넘어, 캐릭터들의 내면 상태와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특히 추격씬의 리듬은 음악적이며, 액션의 연출은 시처럼 구성된다.
비폭력적인 서사 공간은 단 하나도 없으며, 매 장면이 ‘운동’과 ‘파괴’로 구성된다. 이는 퓨리오사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움직이고, 반드시 맞서야 한다는 영화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반영한다.
■ 전쟁, 자원, 여성의 몸: 신화화된 폭력 구조
‘매드맥스 유니버스’는 단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자원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 욕망이 어떻게 극단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실이다.
《퓨리오사》는 여성의 몸이 ‘재생산 수단’으로만 소비되는 시스템, 연료와 물을 둘러싼 권력 투쟁, 정체불명의 사이비 정치체계 등 다양한 요소를 포개며 ‘폭력의 신화화’를 시도한다.
여기서 퓨리오사는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저항의 아이콘’이자 ‘새로운 신화’다. 이 영화는 과거의 전사를 만들고, 현재의 영웅을 구성하며, 미래의 반란을 암시한다.
■ 배우와 연출의 완벽한 교차점
안야 테일러 조이는 퓨리오사라는 복잡한 인물을 육체와 감정, 말 없는 시선으로 설득시킨다. 단 30% 이하의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눈빛과 제스처로 모든 감정을 압축한다. 샤를리즈 테론의 뒤를 잇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퓨리오사’를 창조해냈다.
한편 크리스 헴스워스는 디멘투스를 통해 ‘폭력적 카리스마’와 ‘희극적 파괴’를 동시에 보여주는 복합 캐릭터로 기능하며, 악당조차 클리셰를 넘어서는 데 일조한다.
조지 밀러는 이들을 통해 ‘서사 구조의 해체와 재건’을 실현하고, 시네마라는 언어로 신화를 다시 쓴다.
■ 결론: 퓨리오사는 여성이 아니다, 존재다
《퓨리오사》는 단지 전편의 인기에 기대는 프리퀄이 아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전작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이며, 동시에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지 밀러 감독의 80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혁신적인 답변이다.
퓨리오사는 단지 여성 영웅이 아닌, 이 세계의 가장 밑바닥에서 신화를 다시 쓴 존재다. 그녀의 눈빛, 트럭의 엔진음, 사막의 먼지는 전부 외친다:
“이 폭력의 시대에, 나의 침묵은 저항이다.”